무심한 바람은 그렇게 떠나만 가고 / 김단 한낮의 시간이 어둠에 먹혀버린 시간 팬플루트의 도와 레의 음계처럼 오늘따라 읊조리듯 달빛 부딪히는 창가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는 이질적인 마법의 전주곡처럼 들려온다. 퀭한 분위기 탓일까. 떠난 자의 흔적은 길게 뻗은 철로 속으로 사라진 채 밤 기차는 그렇게 떠나가 버렸다. 떠남 뒤에 흔적조차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잊혀야 할 인연에 대한 보복의 수단이리라. 가로등이 삼킨 그림자의 턱 밑에선 슬픈 손짓이 머물고 있는데 점점 더 지워져 가는 그리움에 대한 잔상은 식어가는 심장의 가장자리를 짓밟고, 흐르는 시간의 패턴마저도 잊게 만들어 버렸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버려 무엇을 기다렸는지조차 그것조차도 잊게 만들었으니까. 기차는 바람의 읊조림만 싣고 달리고 길게 뻗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