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도 "전문 자격증" 시대

 "이젠 대리운전 기사도 자격증 시대입니다!"

대리운전도 '전문 자격증' 시대 28일 부산 남구 도로교통공단 고사장에서 전국 처음으로'대리운전기사 자격 검정시험'이 실시돼 응시한 대리운전 기사들이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정종회 기자

 

28일 오후 3시 30분께 부산 남구 도로교통공단 고사장. 출근 준비를 마친 정장 차림의 대리운전 기사90여 명이 운전대와 휴대전화 대신 도로교통법, 응급처치방법 등이 적힌 노트를 보며 '열공' 중이었다.시험 시간인 오후 4시가 점점 가까워지자 대리기사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시험인데 떨어지면 부끄럽잖아요."

 

운전면허 시험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 시험을 쳐본다는 한 50대 기사는 시험 직전까지 노트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시험이 시작되자 기사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고3 수험생만큼 시험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이날 '대리운전기사 자격 검정 시험'을 치렀다. 대리운전 기사들을 대상으로 업무와 관련한 자격증 시험을 치른 것은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사단법인 부산교통안전협회가 주관한 이번 시험에는 부산 지역 대리운전업체 두 곳에 소속된 기사 92명이 응시했다. 시험은 부산 지리와 도로교통법, 안전운행 및 관리법, 응급처치법 등 4과목, 총 100문제가 출제됐다. '자격 검정 시험'인 만큼 총 평균 60점 이하이거나 과목당 40점 이하를 받은 응시자는 불합격된다. 대신 합격자에게는 자격증과 함께 합격을 증명하는 배지가 주어진다.

 

100분간의 시험을 마친 대리운전 기사들은 대부분 부산 지리 과목은 "식은 죽 먹기였다"는 반응이었지만 도로교통법 과목에서는 "운전 면허시험 이후 처음 공부한 내용이라 많이 헷갈린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부산교통안전협회 관계자는 "예상외로 도로교통법 문제가 난해하다는 기사님들의 반응이 많아 합격률은 50%가량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번 시험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대리운전 기사들과 관련된 범죄나 사고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와 함께 대리운전 기사들 스스로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리운전 경력 13년째인 석윤관(54) 씨는 "이제 대리운전도 하나의 당당한 직업으로서 자리잡을 때가 됐다"며 "전문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 응시했다"고 말했다.

 

부산교통안전협회는 대리운전기사 자격증 시험을 정례화하고 민간자격증으로 등록해 보다 많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응시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대리운전이 시작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대리운전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나 대리운전 기사들의 직업의식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며 시험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대리운전기사 자격증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으며 단지 대리운전기사로서 자긍심과 자질을 높이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에 그친다. 하지만 이번 시험으로 고객들이 대리운전 기사들을 더욱 믿고 대리운전을 맡길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데 적지않은 효과를 볼 것이다"고 밝혔다.

 

부산교통안전협회 전국 첫 검정시험 실시, 업체 기사 90여 명 응시… 합격률 50% 선

범죄·사고 예방효과, 민간자격증 등록 추진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