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기사들의 애환] <2> 법의 보호 못받는 그들
다치면 치료비 자부담 '産災 사각'
#.7년간 대리운전을 해 온 김진호(51) 씨는 다리가 불편하다. 2009년 12월 1일 밤 경산 시내에서 진량까지 대리운전을 한 뒤 대리운전 기사들을 이동시키는‘커버차’를 탔다가 하양 대구대삼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김 씨는 오른쪽 다리 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전치 10주의 사고를 당했다. 커버차는 책임보험에만 가입돼 병원비 일부는 보상받았지만 김 씨가 산재보험 대상이 되지 않아 병원비는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다. 그는 2010년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대리운전기사의 산재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1인 시위까지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대리운전기사 3년차인 이모(48) 씨는 지난해 12월 7일 새벽 대구시 남구 앞산네거리 부근에서‘콜’을 받았다. 이 씨는 10분 이내에 콜 고객에게 도착하기 위해 급히 뛰다가 인도 보도블록을 잘못 디뎌 그 자리에 쓰러졌다. 엄지발가락 골절이었다. 이 씨는 모든 병원비를 자신이 부담했다. 대리운전기사는 산재보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일하는 도중 다쳐도 호소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 이날 사고로 50일가량 대리운전을 하지 못해 병원비와 생활비 등 금전적 손해가 막대하지만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했다.
대구의 대리운전기사는 5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하루에 2만2천 건의 콜이 뜨고, 돈으로 환산하면 2억5천만원 규모다. 전국적으로 15만여 명이 대리운전기사로 활동하고 있고, 하루에 80만 건의 콜이 뜨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밤 시간 취객들의 손발이 되는 대리운전 기사들은 산재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산재`고용보험 혜택 없어
대리운전 기사들은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노동법상‘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산재보험, 고용보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과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트럭운전자 등 특수고용 4대 직종에 한해 제한적이나마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했지만 대리운전기사들은 이마저도 제외됐다. 이 때문에 업무 도중 사고를 당해도 그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
실제 지난해 5월 대리운전기사 이동국 씨는 경기도 남양주 별내IC 부근에서 취한 손님을 태웠다가 취객에게 여러 차례 맞았다. 갓길에 차를 세운 두 사람은 언쟁을 벌였고 취객은 갑자기 차에 올라타 이 씨를 치었고, 쓰러진 이 씨를 다시 차로 밟고 도주했다. 이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하지만 산재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당시 대리운전기사들을 중심으로 산재보험 가입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최원철 대구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다양한 경력을 가진 대리운전기사는 생계를 잇기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직업”이라며“대부분 가장이어서 하루 일을 못하면 당장 살 수가 없는 처지지만 사고로 다쳐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한 가정의 위기를 불러온다"고 우려했다.
◆회사의 착복도 일상사
대구지역 대리 운전기사들은 회사 측이 대리기사들이 회사를 통해 내는 자동차 보험료와 PDA 프로그램 사용료 일부를 착복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31일 대구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에 따르면 대리운전 회사는 대리기사들의 교통사고 등에 대비해 단체보험에 가입한다. 보험료는 대리기사 1인당 1년에 60만~80만원. 하지만 노조원들은 “회사 측이 모든 대리기사로부터 보험료를 받지만 대부분의 보험료를 착복한다. 보험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전체 대리운전기사가 5천 명이면 이 중 2천~3천 명만 실제 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원들은 대리기사들이 내는 PDA 프로그램 사용료에 대해서도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대리기사들은 PDA 프로그램 사용료로 하루 500원씩, 월 1만5천원씩을 회사에 내고 있다. 게다가 대리운전 기사들은 출근하지 않아도 PDA 프로그램 사용료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회사 측은 이 돈을 PDA 프로그램 개발업자에게 건넨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대구지역 2곳의 대리운전회사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프로그램 사용료 수억여원을 횡령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양주석 노조위원장은 “PDA 프로그램은 공장으로 치면 기계 설비와 같은 것이다. 공장의 기계 설비를 공장 근로자들이 돈을 내서 사는 것이 말이 되느냐. 당연히 회사에서 프로그램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원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이달 15일부터 대구지법 앞에서 열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의 한 대리운전회사 측은 “경찰에서 조사가 끝나고 검찰로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수사 중인 사항이어서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며 “회사 측에서 경찰에 충분히 소명을 했고, 별다른 혐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대구지역 대리운전기사들이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회사 측이 자동차 보험료와 PDA 프로그램 사용료 일부를 착복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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