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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일화>네 아이 아빠 대리기사의 세상 바라보기2

행복남1 2012. 3. 2. 17:22

<대리기사>네 아이 아빠 대리기사의 세상 바라보기2 

"대리기사는 똥개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습니다.”

요즘 대리운행을 마치고 주택가 길을 걷다 보면 이런 내용의 벽보전단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다.

실종 당시에 노란 옷을 입고 있었다는 강아지, 이름을 부르면 잘 따라온다는 강아지에 혹시 강아지 줄이라도 보았으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도 있는가 하면 묘하게도 잃어버리기 직전의 사진모습이 붙어 있는 전단도 있고 어떤 강아지는 사진의 털색깔이 분명히 검은 색인데 강아지 이름이 누렁이로 되어 있다.

또한 강아지가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라는 눈물겨운 사연까지 있는가 하면 사례금이 무려 오백만원이나 하는 안내전단도 있으며 아예 배달용 일간지에 삽입되어 배포하는 인쇄물도 더러 있다.

어떤 전단에는 “미안해요... 맛있었어요...”라는 장난 낙서가 적혀있어서 강아지의 주인을 더욱 애타게 만드는 경우도 보았다.

 

한번은 신월동에서 운행을 마치고 신월사거리 방향으로 골목길을 내려오는데 빵집 삼거리 앞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청소 아저씨를 가운데 두고 둘러 싼 사람들은 청소 아저씨가 설명하는 강아지의 행방을 듣고 있다.

보아하니 거의 일가족인듯한 사람들 대여섯명이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청소 아저씨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전단지 사진을 가리키며 “이 강아지가 틀림없다니까... 저기 부천 가는 쪽으로 좀 전에 갔어...”라며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청소 아저씨의 전화번호를 적은 뒤 어두컴컴한 부천 쪽으로 향하는 일가족을 향해서 청소 아저씨가 다시 말했다.

“쯔쯔... 똥개는 길을 잃어도 집을 찾아오는데 애완견은 집을 못 찾는다니까...”

 

 

대리운행을 하며 모르는 길을 찾을 때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런데, 네비를 이용해서 운행한 길은 이상하게 다음에 그 길을 기억하기 어렵다.

이는 대부분의 운전자가 이야기하는 공통사항이다. 네비에 길들여지다 보니 늘 운행하는 길이 아니면 다른 길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대략적인 지도와 노선을 그려가며 운전하던 옛날에 비해 네비가 일반화 된 요즘에는 운전자의 머릿속에 주변의 건물이나 사물로부터 유추되는 도로의 방향이나 연관성 등이 감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영락없는 애완견 운전이 되고 마는 것이다.

길을 잃으면 집을 못 찾는 애완견...

 

비단, 운전에서만이 아니고 이런 애완견 스타일로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도 많다.

아이가 등교할 때 승용차로 태워다주고 학교를 마치면 학원버스로... 다시, 학원 끝날 때에는 학원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야 타!”

학원 앞 도로의 두 세 개 차선까지 점령한 채 차를 세워놓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아이만 태우면 그만이다.

하교 길에 소낙비도 맞아보고 비를 피해 건물 귀퉁이에서 빗줄기를 바라보며 순간의 사색에 잠기기도 했던 예전 세대가 똥개라면 요즘의 아이들은 거의 애완견 수준이다.

친구의 우산을 함께 쓰고 우산대를 같이 잡은 서로의 살갗을 느끼며, 우산 밖으로 삐죽 나온 옆구리 옷이 비에 젖어도 서로에게 우산을 더 밀어주던 아낌없는 배려가 똥개들의 나눔이라면 우산조차 필요 없는 승용차와 학원버스 안에서 내 것, 내 성적, 내 취업만을 앞서 생각해야 하는 요즘의 세대는 부모의 욕심까지 만족을 시켜주어야 하는 애완견의 재롱 같기도 하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부모의 방향키로부터 길을 잃게 되면...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유치원생 넷을 나란히 키우고 있는 나는 주변에서 “아이들 키우느라 힘들지요?”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대리운행을 할 때에도 손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우연히 아이들이 넷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가르치기 힘들겠네요...” 라는 손님의 말이 이어진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답을 한다.

“한 놈 나아서 애지중지 키우는 것보다 오히려 네 놈이 훨씬 편합니다.”

(실제로 나는 아이들을 애완견이 아니라 똥개로 키우고 싶다. 우리 안사람 표현은... “방목” ㅎ)

 

요즘 대리운전 일을 하면서 또 다른 애완견의 관계를 느끼게 된다.

다름 아닌 대리업체와 대리기사의 관계다.

대리업체의 이런저런 횡포에 대리기사를 순응하게 만드는 ‘애완견 길들이기’...

운행내용을 확인하려 해도 건당 500원 하루 몇 천원의 패널티를 기사에게서 빼앗아가는 일이나, 자신들의 기분을 맞춰주지 않는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락’을 걸어버리거나, 내가 지불한 보험료의 영수증마저 주지도 않는다. 100%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일을 하는 시스템을 업체연합이 만들어놓고 플사는 자꾸만 찢어놓아 사용료 부담은 늘어만 간다.

 

수입의 원천을 정상적인 대리운전 영업에서 찾아야 하는데 기사들의 삥땅에서 수입을 찾다보니 운행가격을 지키는 것은 뒷전이다. 죽어나는 것은 대리기사... 누군가 망하면 누군가 흥하는 자본주의의 생리를 대리업체는 잘도 학습하였다.

업체에게 유리한 쪽은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기사가 맘에 안 들면 단 1초만에 플을 막아 해고를 시킨다. 참으로 치졸하고 몰상식한 횡포다.

업체와 프로그램사의 절묘한 나눠먹기 시스템에 소리 없이 충성하는 애완견을 그들은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가짜주인은 애완견을 버릴 것이고 애완견은 길을 잃다 굶어 죽을 것이다.

 

요즘 업체들의 이런 횡포로부터 대리기사의 권익을 지켜내자는 서명작업이 강남 교보사거리에서 진행되었다.

뜻 있는 대리기사들과 이런저런 대리기사 모임이 힘을 합해서 ‘대리기사권익실천연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대리기사는 그 속성이 이미 똥개의 속성이다. 인생세파 겪을 만큼 겪고 숯검뎅이처럼 타버린 속을 긁어내며 성실하게 일하려는 사람들이다.

주인이 마련해준 포근한 주단 위에서 사료를 받아먹는 애완견이 아니라 황무지 벌판에서 함께 모여 뒹구는 똥개들의 모습을 우리 스스로 ‘대리기사실천연대’에서 확인하면 좋겠다.

 

똥개들아! 반가워~~ 서로 꼬리치며 모여보자~~ .

우산을 함께 쓰고, 살갗을 맞대는 똥개들의 나눔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