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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야기/농협비리

농협증권 금융비리 알고도 눈감았다

행복남1 2013. 8. 28. 20:17

농협증권,기업은행 금융비리 알고도 눈감았다

분양피해자들 “기업은행 사실상 공범” 금융당국 고발 검토

 

[CNB저널] 도기천 기자 / 등록일 : 2013-06-19 11:20:44

 

 

 

▲ CNB가 단독입수한 기업은행의 ‘사후관리일지’. 기업은행은 2008년 1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대책팀을 구성, 농협증권 직원들이 연루된 가장납입 대출사건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추진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소송을 실행에 옮기지 않아 농협증권과의 ‘짬짜미’ 의혹이 일고 있다. ⓒ2013 CNBNEWS

 

(CNB=도기천 기자) NH농협증권 부동산금융 부서 직원들이 필리핀 수빅만 콘도·호텔 개발사업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250억원을 불법적으로 대출받은 사실을 당시 기업은행이 자체 조사를 통해 확인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대출 주관금융사였던 IBK기업은행(대표 조준희)은 농협증권 직원들의 불법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대출금을 돌려받는 선에서 농협증권과 합의해 충격을 주고 있다.

 

농협증권, 시중은행 끌어들여 유령회사에 수백억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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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피해자들 “기업은행, 책임 면피하려다 피해 키웠다”

 

CNB는 지난 6월10일 <[단독] NH농협증권, 필리핀서 160억원 날린 ‘내막’>기사를 통해 NH농협증권 임직원들이 지난 2007년부터 수년간 필리핀 수빅만 관광특구 지구의 콘도·호텔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갖은 편법과 불법행위를 저지르다 막대한 손실을 입고 사업이 좌초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농협증권 부동산금융 본부장 정모씨 등이 지난 2008년 4월, 사실상 유령회사인 ‘수빅렉스미어씨앤디’(이하 수빅렉스)를 ‘가장납입’ 수법을 통해 설립한 뒤, 수협, 기업은행 등을 끌어들여 250억원의 자금을 불법대출한 것으로 CNB 취재결과 확인됐다.

 

CNB가 단독입수한 <필리핀 수빅만 자유무역항 내 콘도 및 호텔개발사업 프로젝트금융 대출약정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골든브릿지캐피탈,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와 함께 선순위 대주단(채권은행단)을 구성해 2008년 5월 14일 수빅렉스와 2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NH농협증권은 금융자문기관 자격으로 대출을 주도했다.

 

기업은행이 수빅렉스에 대출해준 금액은 80억원으로 대주단 중 규모가 가장 커, 대주단 대표사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대주단에 참여한 금융사 관계사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농협증권과 함께 (대출)주관은행 역할을 했다”며 “기업은행이 대출 심사를 진행했으며 나머지 대주단 금융사들은 기업은행을 믿고 대출금을 맡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뒤늦게 수빅렉스 대출 건이 ‘금융사고’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CNB가 입수한 당시 기업은행 내부문건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대출약정을 체결한지 약 6개월이 흐른 2008년 연말 경에 수빅렉스가 ‘가장 납입’에 의해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사건에 연루됐던 시행사 관계자는 “수빅렉스 경영권을 두고 (농협증권부동산금융본부장) 정씨와 서류상 대표이사였던 김씨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수빅렉스가 자본금 한 푼 없이 만들어진 유령회사였다는 사실을 기업은행이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기업은행은 수빅렉스에 대한 실사를 통해 ▲자본금 10억원이 가장 납입에 의한 것이며 ▲회사 설립 전에 김씨가 정씨에게 지분 20%를 양도하기로 이면 약정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업은행, 농협증권과 ‘짬짜미’ 의혹

 

기업은행 실사 결과에 따르면, 정씨 측은 2008년 4월 수빅렉스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자본금 5억원을 법인설립 전문 법무사를 통해 차용했다. 이후 5억원을 더 증자했으며, 이 과정에서 추가로 5억원을 일시 차용했다. 이로써 ‘자본금 10억원 회사’ 요건을 갖춘 뒤, 10억원 전액을 인출해 차용금을 갚았다. 한마디로 ‘넣었다 빼는’ 수법을 통해 자기 자본금 한 푼 없이 회사를 세운 것이다.

 

기업은행은 수빅렉스가 일시 차용금으로 세워진 회사인데다, 자본금 전부가 ‘증발’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가장납입 회사’로 판단했다.

 

가장납입은 주식회사 설립이나 유상증자시 실제 대금을 납입하지도 않고 납입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를 이른다. 가장납입은 상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소송과정에 밝혀진 정씨와 김씨 사이의 이면계약서에 따르면, 정씨가 사업에 필요한 일체의 자금을 국내외 금융기관을 통해 끌어오는 대신, 김씨는 사업이 완료된 후 MG드림 빌리지 총 발행주식 20% 및 MG드림빌리지 콘도미니엄 8세대 분을 정씨 측에게 양도키로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회사 직원이 거래상대방으로부터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받을 목적으로 사업경영에 참여하는 행위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 CNB가 단독입수한 <필리핀 수빅만 자유무역항 내 콘도 및 호텔개발사업 프로젝트금융 대출약정서>. 기업은행은 골든브릿지캐피탈,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와 함께 선순위 대주단(채권은행단)을 구성해 ‘수빅렉스’와 2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2013 CNBNEWS

 

금융사들, 제식구 감싸기 ‘급급’

 

이에 기업은행은 대출금 회수 및 농협증권을 상대로 형사 고소 및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기업은행은 2008년 1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대책팀을 구성해 대주단회의를 주관하는 한편 가장납입 문제에 대한 소송 검토를 진행했다.

 

CNB가 입수한 당시 기업은행의 ‘사후관리일지’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수빅렉스 서류상 대표였던 김씨를 불러 조사했다. 2009년 1월8일 일지에는 농협증권을 배제하고 김씨와 선순위 대주단이 단독미팅 추진한다는 내용이, 1월19일 일지에는 가장납입 건에 대한 김씨의 진술 등이 기재돼 있다. 당시 김씨는 “자신은 서류상 대표일 뿐이며, 회사설립과 경영은 정씨 등 농협증권 직원들이 주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업은행이 농협중앙회에 농협증권에 대한 감사를 요청한 것도 눈에 띈다. 당시 일지에는 ▲농협중앙회 감사실에 농협증권 본건 상황에 대한 공문 송부 ▲본건 해결을 위해 농협중앙회 감사팀 000차장 방문 등이 기록돼 있었다.

 

기업은행은 또한 법무법인을 통해 수차례 법률 자문회의를 가졌다. 그 결과 농협증권 부동산금융 본부장 정씨, 농협증권 등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당시 문건에는 모 법무법인이 “정씨에 대해서는 배임혐의로 형사고발, 농협증권에 대해서는 사용자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가능하다”고 기업은행 측에 밝힌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법률 자문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씨와 농협증권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가장납입과 이면계약 등이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명백한 형사사건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에 알리거나 검찰고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농협중앙회 또한 감사를 진행했지만 관련 직원들을 경징계 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희대의 금융비리 왜 덮었나?

 

이들이 당시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던 것은 농협증권이 기업은행을 비롯한 대주단에게 대출금과 이자를 돌려주기로 약정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대주단 대표금융사로서 대출심사를 소홀히 했다는 책임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이 대주단 대표은행으로 수빅렉스에 대한 대출심사를 진행할 당시, 수빅렉스는 ‘자본금 10억원’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당시 수빅렉스 관계자에 따르면, 수빅렉스 측은 대주단과의 대출약정을 체결하기 위해 윤모씨로부터 5억원을 차용해 법인통장에 넣었다. 나머지 5억원은 ‘수빅렉스 (서류상) 대표인 김씨가 책임진다’는 내용의 각서를 농협증권 부동산금융본부장 정씨가 기업은행 측에 제출해 대출이 진행됐다. 자본금 미달 상태인 회사로부터 제출받은 ‘각서 한 장’에 의해 대출이 이뤄진 것이다.

 

수상한 정황은 또 있다. 당시 가장납입 사건에 연루된 농협증권 직원을 기업은행이 채용한 것. 이 직원은 당시 금융비리 사건을 주도한 정씨의 부하직원(부동산금융부서 차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그는 분양피해자들로부터 정씨 등과 함께 고발당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기업은행 내부문건에는 이 사건과 관련, “기업은행이 농협증권의 대리은행으로서의 책임 부분에 대해 법률적 자문을 구했다”는 기록이 있다. 자문 결과는 문건에 기재돼 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앞뒤 정황으로 볼때 기업은행이 당시 사건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 필리핀 수빅 콘도개발사업과 관련, 당시 사업을 주도했던 NH농협증권을 항의방문한 분양 피해자들. (사진=수분양자 대표단 제공) ⓒ2013 CNBNEWS

 

“소송 중인 사안…할 말 없다”

 

이후 농협증권은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규법인 ‘에듀팰리스’를 설립한 뒤, 농협캐피탈을 동원해 에듀팰리스에 수백억원대의 사업자금을 대출해줬다. 그 회사는 수빅렉스의 채무를 양도받아 기업은행 등 대주단의 대출금을 대신 갚았다.

 

농협증권은 에듀팰리스와 ‘수빅만 콘도·호텔 개발’(일명 MG드림빌리지 사업)에 관한 공동사업약정서를 체결, 에듀팰리스가 수빅렉스의 채무를 인수하는 대신 에듀팰리스의 대주주로 사업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이 사업은 농협증권 직원들과 시행사 대표, 분양자들 간에 줄소송이 벌어졌고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주인이 자주 바뀌는 부실사업장으로 소문나면서 결국 좌초됐다.

 

이 과정에서 콘도·호텔을 분양받아 재산 피해를 본 분양자들은 지난달 9일 NH농협증권 전 대표 2명 등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서울중앙지검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배임), 자본시장법위반 등으로 고발하는 한편 NH농협증권을 상대로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금융시장을 교란시킨 중대범죄로 보고 당시 농협증권 직원들을 줄소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분양피해자모임 김수호(63) 대표는 “당시 기업은행이 강력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분양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기업은행이 농협증권 직원들의 금융비리 행각을 알고도 눈감아 주는 바람에 피해규모가 더 커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다른 분양피해자 정재훈(43)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사들이 농협증권 직원들의 조직적 금융비리 사실을 알고도 자기들 대출금만 챙겨 빠져나온 것은 서민들의 뒤통수를 친 후안무치한 행동”이라며 “금융정의 차원에서 기업은행 등을 금융당국에 고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 농협증권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당시 시행사 관계자도 “기업은행이 대출심사를 소홀히 했다는 책임을 면하기 위해 비리사실을 알고도 덮는 바람에 농협증권이 농협캐피탈을 끌어들여 부실을 더 키울 수 있었다”며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CNB는 이와 관련, 기업은행 측에 수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기업은행 관계자는 “소송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답변 할 수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 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