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싸우는 생활인을 만나다 ① 택배기사] 2분에 한 곳씩 달음박질 …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 못 켠다”
내일신문 과천 이재걸 기자 2012-08-07 오후 2:15:24
수시 주정차에 기름값 걱정까지 … 상·하차, 배송, 집하 매일 15시간 강행군
연일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열대야 속에서 위로가 되는 것은 멀리 런던의 메달 소식 정도다. 그러나 무더위 속에서도 말없이 '금빛' 땀방울을 흘리는 생활인들이 있다. 이들이 땀 흘려 보상받는 '메달'은 어떤 색일까. -편집자 주
6일 저녁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택배업체 CJ GLS 서초 터미널을 찾았다. 7시 좀 지나자 곳곳에서 모여든 택배차량에서 내린 기사들이 화물칸을 열더니 한 무더기씩 쌓인 상자들을 야외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기 시작했다. 하루 배송을 끝내고 고객들이 보내는 택배들을 집하해 보낼 지역마다 분류하는 '상차'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상차는 택배기사들의 마지막 일과다. 전날 상차가 완료돼야 다음날 택배들이 다시 목적지마다 배송될 수 있다. 대개 1~2시간 걸리지만 명절 때는 밤샘을 하기도 한다.
해질녘임에도 찌는 듯한 더위에 각 차량이 뿜어내는 열기까지 더해져 숨이 막혔다.
◆오전 하차작업만으로 땀범벅 = 막 상차를 끝내고 사무실로 올라가는 배효건(47)씨를 만났다. 택배업에 뛰어든 지 올해로 15년째인 배씨는 다른 대부분의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지입기사'다. 택배회사와 계약을 맺고 배송 성과만큼 돈을 번다. 기름값, 밥값, 통신비 모두 본인이 부담하는 사실상 자영업자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사는 배씨는 매일 아침 5시에 눈을 뜬다. 7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차는 터미널에 두고 지하철을 이용한다. 교통비가 기름값보다 더 싸게 들기 때문이다. 다른 동료들도 터미널이나 친한 식당, 주차단속 걱정이 없는 곳에 차를 두고 출퇴근해 기름값을 아낀다.
7시부터 오전 10시가 넘도록 배송지별로 하차작업을 한다. 배씨의 경우 서초3동 '법조타운'으로 가는 택배화물들을 트럭에 싣는다. 그는 "야전침대에서 눈꼽도 못 뗀 법조인들을 많이 봤다"며 "나만 힘든 게 아니더라"고 웃었다. 택배는 많을 때는 1톤 트럭이 가득 차기도 하지만 보통 화물칸의 3분의 2 정도가 쌓인다. 대부분 가벼운 소모품이라고 하지만 3시간 이상 택배를 쌓고 뒷정리를 하다보면 이미 온 몸이 땀범벅이다.
◆"3만원이면 기름가득이었는데…" = 하차가 끝나면 곧장 배송을 시작한다.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서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많다. 그는 김밥 한 줄을 사서 틈틈이 배를 채우는 습관이 생겼다.
그는 서초3동에 고정고객이 150명이다. 택배도 최소 150개. 다 배송하는 데 5~6시간은 걸린다. 그러나 그는 에어컨을 켤 수 없다. "배송처 갈 때마다 트럭 시동을 수시로 켰다 끄는데 에어컨 켤 짬이 있겠느냐"는 설명이다. 배씨는 "시간당 최소 35곳은 배송을 해야 하는데 2분에 한 곳 꼴"이라며 "뛰어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도 있다. 기름값이다. 그는 "처음 택배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기름(경유) 가득 채우는 데 3만원이면 됐지만 지금은 11만원 든다"며 "잠깐 숨 돌릴 때 외에는 (에어컨에) 손 안 댄다"고 설명했다.
서초3동 정도면 배송지가 밀집된 편이지만 한번 다 돌고 나면 어느덧 저녁 5시. 배송이 끝나면 다시 고객들이 발송하는 택배물품를 받으러 한바퀴 더 돌아야 한다.
◆"지금보다 더 악화되지 않길" = 택배 15년차 배씨는 이 일을 하면서 "어지간한 일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땀냄새 난다며 코를 싸쥐는 아가씨, 배송지 근처에 왔는데 전화 안 받는 고객, 다른 구역으로 이사가놓고 무작정 배송 오라는 고객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오래 겪다보니 둔해졌단다. 그러나 "택배에 처음 뛰어들었다가 일찌감치 이탈하는 사람 대부분은 고된 일 못지않게 마음의 상처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배씨는 "택배시장은 IMF 때도, 금융위기 때도 계속 성장해왔다"며 비전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건이 지금보다 더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을 잘 세워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15년새 일은 3배, 체감 수입은 제자리" 택배업계 "운임현실화 시급" "15년 전에 50개 배송해서 벌던 돈과 지금 버는 돈이 별 차이가 없죠." 택배경력 15년인 배효건(사진·47)씨의 말이다.
택배시장은 홈쇼핑시장이 성장과 더불어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사들의 지갑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택배시장 규모는 2002년 3억4000만여 상자에서 지난해 13억 상자로 4배가량 늘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택배차량에 쓰이는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지난 2002년 연평균 L당 644원에서 지난해 1745원을 기록, 10년만에 2.7배 올랐다.
반면 택배운임은 같은 기간 약 4000원에서 2500원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현재 택배 가입사는 13개, 전국배송이 가능한 택배사는 17개 정도지만 퀵서비스, 영세 택배업체까지 더하면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운임 50~100원 차이 때문에 고객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게 현실이다.
운임 2500원 중 배씨 몫은 800~1000원 정도다. 대형 쇼핑몰 같은 화주가 운임을 에누리하면 몫이 더 줄기도 한다. 하루 150곳씩 한 달간 강행군하면 300만원을 벌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주유비, 통신비, 식대,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200만원 남짓이다. 그는 "아들 학원 한 군데만 보내고 맞벌이도 해서 적금 넣을 여유가 있다"며 웃었다.
배씨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운송업계에 따르면 육상화물 차주의 월평균 수입은 지난 2010년 183만원에서 지난해에는 23.3% 감소한 140만원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시장은 자가용 택배에 대한 영업용 번호판 발급이 제한적인 데다 운임까지 악화되면서 일손이 부족한 상태"라며 "운임 현실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폭염과 싸우는 생활인을 만나다 ②초보 대리운전사 이수영씨의 하루] “딸아이 생각하며 뛰고 또 뛰겠소”
내일신문 정석용 기자 2012-08-09 오후 1:47:22
12시간 밤새 일하고 5만원 …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모든 경비 본인부담
초보 대리운전사 이수영(39)씨는 지난달 처음 대리운전에 입문을 했다. 한때는 고깃집을 운영하던 어엿한 사장님이었지만 극심한 불경기로 문을 닫고 주유소부터 각종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전전하다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7일 이씨는 오후 6시 집을 나섰다. 밤새 일을 하려면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라면에 밥까지 말아서 먹고 출근했다. 7시쯤 광화문 근처로 나와 콜을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찌는 듯한 폭염에 저녁 시간인데도 땀은 줄줄 흘렀다. 더위를 식히려고 커피전문점 빈자리에 잠깐 앉아 스마트폰으로 올림픽 소식을 보고 있는데 이내 종업원이 와서 짜증난다는 투로 "주문을 하지 않을 거면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멋적은 듯 일어나 자리를 비워주고 커피전문점 현관 앞에서 계속 눈치를 보며 콜이 뜨길 기다렸다. 먼저 콜이 뜬 곳은 삼청동 인근 식당. 강남으로 가는 손님이다.
이씨는 잽싸게 콜을 잡고 손님에게 전화를 했다. 초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거나하게 취한 목소리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셔야 되니 빨리 와 줄 걸 부탁했다. 이씨는 뛰기 시작했다. 4개의 신호등을 건너 15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손님은 늦었다는 표정으로 빨리 강남의 한 술집으로 가줄 걸 요구했다.
이렇게 시작된 일과는 강남에서 사당으로 사당에서 의왕으로 의왕서 다시 서울로 와 불광동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새벽 4시가 돼서야 하루 일과가 끝났다. 다행히 이날은 콜이 잘 잡힌 날이다. 이씨가 이날 일당으로 번 돈은 9만원. 이중 20%는 콜센터에 소개료로 내야 한다. 또 지방에서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렌탈 승합차 차비와 콜을 잡고 손님에게로 이동하는 차비 등을 제하고 나면 5만원가량 손에 쥔게 된다. 이씨는 "그래도 허탕치는 날도 있는데 5만원이면 나은 편"이라며 스스로 위안했다.
대리운전회사와 대리운전기사는 고용관계가 아니다. 골프장 캐디처럼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대리운전기사는 기본급이나 4대보험, 퇴직금, 고정급 등이 전혀 없다. 또한 교통비, 보험료, 단말기대금, 통신료, 프로그램사용료 식대 등 모든 경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이씨는 "순수입 5만원을 벌려면 10만원은 찍어야 한다"며 "일주일에 절반은 10만원도 못 찍는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얼마전 경기도 안산으로 손님을 3만원에 모셔주고 나오는데 차가 없어 3시간을 걸어 나온 적도 있었다"며 "늦은 밤 가로등도 없어 무섭기도 했고 이런날은 완전 공치는 날"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매너 좋은 손님만 만나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욕설은 물론 폭행까지 하는 손님을 심심찮게 만나기 때문이다. 때로는 술취한 여성손님이 성희롱성 발언을 하는가 하면 '이런 일로 어떻게 먹고 사냐'며 핀잔을 들으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고 했다.
이씨가 하루 종일 들여다 보는 스마트폰에는 유치원생 딸의 사진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씨는 일하는 도중 배가 고파도 돈이 아까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등으로 끼니를 떼운다. 이씨는 "아무리 힘 들어도 그때마다 스마트폰을 보며 집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을 딸 사진을 보며 기운이 난다"며 애써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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