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기사들의 발 아슬아슬한 ‘대리셔틀’
ㆍ서울 시내서만 400여대… 과속 일쑤, 보험처리 안돼
ㆍ불법이지만 단속 어려움
지난달 22일 새벽 2시30분. 인적 끊긴 서울 지하철 합정역 8번 출구에 50여명의 대리운전기사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곧이어 15인승 승합차와 미니버스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일명 ‘대리셔틀’. 대리기사들을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였다.
돈을 받고 대리기사들을 태우는 대리셔틀 영업은 위법이다. 그러나 택시비 몇 천원이라도 아껴야 하는 대리기사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교통수단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단속에는 나서고 있지만 지금까지 처벌을 받은 이는 거의 없다.
합정역에 도착한 대리셔틀의 앞유리엔 일반 시내버스처럼 ‘수유, 정릉, 유진상가, 홍대, 합정’ 등 노선표가 붙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내부를 긴 의자로 개조한 것도 눈에 띄었다. 요금은 한 번 탈 때 1000~3000원으로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대리셔틀은 비상깜빡이를 켠 채 도로를 내달렸다. 대리기사들을 발견하면 인도 쪽으로 차선을 급변경해 경적을 울려댔다. 딱히 정해진 정류소는 없다. 대리기사들이 원하는 하차지점을 말하면 그곳에서 셔틀은 멈춰섰다.
9년째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는 ㄱ씨(54)는 “대리셔틀이 서울시내만 400여대”라며 “이 시간에 수도권에 돌아다니는 개인 승합차 10대 중 5~6대는 대리셔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리셔틀은 7~8년 전 대리운전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생겨났다. 대부분 불법으로 운영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허가 없이 자가용자동차를 이용해 돈을 받고 운송 영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리운전업체에서 운행하는 합법적인 셔틀도 있지만 그 업체 대리기사만 이용할 수 있고, 그 수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대리기사 ㄴ씨(46)는 “업체에서 운행하는 셔틀은 무료지만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며 “일을 한 건이라도 더 하려면 불법셔틀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정역에서 수유사거리를 왕복하는 대리셔틀을 운영하는 ㄷ씨(58)는 “불법인 것은 알고 있지만 대리셔틀마저 없으면 대리기사들은 먹고살기 더 힘들어진다”며 “택시 탄다고 3000원씩 몇 번 내다 보면 일을 하나마나”라고 말했다.
위험요소도 많다.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과속하기 일쑤인 데다 사고가 나면 보험처리도 어렵다. 관할 구청도 단속이 쉽지 않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돈을 받는 현장을 잡아야 하는데 그게 차 안에서 이뤄지다 보니 잡기 힘들다”며 “3월부터 정기적으로 단속은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현장처분이 나간 적은 없다”고 밝혔다.
대리운전 요청 문자가 뜨는 것을 확인하느라 개인단말기(PDA)에서 눈을 못 떼던 대리기사 ㄹ씨(35)는 “대리셔틀이 합법화되면 세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요금이 오를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다들 먹고살기 어렵다 보니 대리기사들은 점점 많아지고 위험을 무릅쓰고 과속하는 대리셔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김경학 기자 2012-07-08 21:37:08ㅣ수정 : 2012-07-09 00: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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