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 아빠 대리기사의 세상 바라보기. 연재 1]
“대리기사와 짜장면”
대리기사 일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일로 골탕을 먹을 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취소 콜’이다.
어디어디라고 해서 기껏 가보면... “한잔 더...”, “좀 있다...”, “여친이...”, “차가 안보여...” 등 이런저런 사유로 취소를 당한다.
그중에는 택시비나 시간비용을 감안해서 조금 챙겨주는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 손님은 자신의 취소가 대리기사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생각지 않는다.
심지어 둘 이상의 대리업체에 기사를 불러놓고 나중 오는 기사는 팽 시키는 손님도 있다. 또는 대리기사를 불러놓고 소위 길빵(현장 콜)으로 다른 기사에게 차키를 건네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대리오더가 떠서 업소에 가보면, 콜택시를 불렀다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대리기사는 맥이 탁 풀린다.
피크타임의 시간손실은 물론 택시비마저 버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해당 손님은 자신의 약점을 아는 듯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아서 콜센터 취소요청마저 애를 먹는다.
나는 그런 손님에게 자신의 콜취소가 잘못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다음부터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최소한 “미안하다”는 말 정도는 손님이 스스로 하도록 노력을 한다. 그런데, 멀쩡하게 술도 취하지 않은 손님이 자신의 행동이 당연하다는 식의 논리로 주장을 하면 그 때는 나도 양보하지 않는다.
그럴 때 가끔 비유하는 것이 짜장면 배달이다.
“손님, 짜장면을 시켜놓고 취소를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주문한 손님 잘못이 전혀 없다는 것인가요?” 하고 정중하게 묻는다.
중복 오더의 경우에는 “손님은 짜장면을 두 집에다 시켜놓고 먼저 오는 짜장면만 드시겠다는 것인가요...?”
“아니, 손님이 짜장면을 주문해서 왔는데 이제 와서 짬뽕을 찾으시면 어찌...?” 등등이다.
자신도 제법 논리적이라며 대응을 하던 손님도 이 대목에서는 좀 머뭇거린다.
그런데, 이 정도라도 대화가 진행되는 손님은 다행이다...
대부분은...$%^**#%%^(%$\+*$%#....
이런 경우 그냥 속으로 한마디...
“에이! 정말, 웃기는 짜장이네... 아니, 짬뽕...!!!”
암튼, 취소 콜이 나오고 나면 이상하게 오더마저 잡히지 않고 당일 일이 꼬여버린다. 단순 허탈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몇 분의 단말기 재가동시간도 짜증이 나고 전화비마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대리기사 일만이 아니고 기업이나 공공기관,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 역시 취소가 되거나 되돌리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
대리운행 도착지가 용인 방향일 때 늘 보게 되는 밤하늘의 흉물... 용인 경전철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최대 치적이라 일컫던 청계천이 수표교 등 15개의 옛 다리가 복구되지 않은 채 공사한 것이어서 문화재 복원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길게 누운 콘크리트 어항에 불과한 이 인공천에 문화와 생태를 복원시키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것이다.
또한 사업비만 22조원을 쏟아 부은 4대강 사업 역시 언젠가는 되돌려야 할 역사책이 되고 말 것이다. 이것을 원점으로 만들려면... 도저히 돈으로 계산이 되지 않는다.
(22조원이면... 대한민국 수 십 만 대리기사가 4~5년간 총 수입을 모두 모아야 가능한 돈이 되려나...?)
암튼, 취소는 이래저래 민폐이자 비용손실은 물론 역사적 상처마저 초래한다.
이왕 짜장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짜장면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
실은 이 ‘짜장면’이란 단어가 정식으로 인정받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전까지 짜장면은 국어사전에 등록이 안 된... ‘자장면’이 표준단어였다.
그러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많이 사용하는 단어라 해서 ‘짜장면’도 국어사전에 족보를 올리게 되었다.
요즘 내가 주로 일을 하는 수원 지역에서 대리셔틀이 곤욕이다.
셔틀버스를 단속한다고 해서 인계동 셔틀정류장이 코리아나이트 앞에서 시청 앞으로, 다시 시청 길건너로, 다시 인계사거리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바람에 기사들도 헷갈린다. 헷갈리는 정도가 아니라 쫓겨 다닌다.
대리기사 셔틀 역시 짜장면처럼 이미 통용화 된 운송시스템이다. 수도권에서만 수 백대의 셔틀이 새벽이슬을 맞은 수 십만의 대리기사를 실어 나른다. 셔틀을 즐겨 타지 않는 나에게도 가끔 셔틀은 꼭 필요한 존재다.
자장면이든 짜장면이든 무조건 단속할 게 아니라 양성화해서 안전운행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대리기사는 그 시간에 집에도 가지 말란 말인가?
- 네 아이의 아빠로 전업 5년차 대리운전을 하면서 겪고 생각한 일들을 연재수필 형식으로 엮어서 대리카페에 올려봅니다. 일반인들을 독자로 염두하다 보니 동료기사가 보기에는 표현이 늘어지거나 용어가 부적당할 수도 있는 점을 양해 바랍니다 -
'대리운전이야기 > 대리운전일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리일화>너무나 좋은 기사분들을 (0) | 2012.03.02 |
---|---|
<대리일화>어린시절 들었던 유행가가 (0) | 2012.03.02 |
[스크랩] 대리운전 일화를 정리해봅니다.! (좋은날 나쁜날 편) (0) | 2012.02.28 |
대리운전 차량탁송서비스 (0) | 2012.02.27 |
여성 대리운전자 성폭행범에 실형 (0) | 2012.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