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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男女 직장인 레시피 ‘오피스와이프’

행복남1 2012. 3. 29. 17:30

하루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는 남성 직장인들이 자신의 아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여성 동료를 지칭하는 ‘오피스와이프’. 단지 같은 공간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생활과 업무의 여러 면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그래서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가까운 사이를 남성의 입장에서 표현하는 단어다. 그런데 왜? 남성들은 어쩐지 으쓱하는 기분이 들고, 여성들은 애매하고 묘한 감정이 느껴지는 걸까?

 

김과장은 박부장을 존경한다. 스마트한 업무처리 능력, 직원과 후배들을 적절히 감싸고 질타하며 함께 끌어가는 리더십, 사내에서도 차기 임원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때마다 짜릿한 쾌감과 커리어우먼으로서의 보람마저 느낀다. 박부장과 함께라면 사내에서의 김과장의 미래도 탄탄대로일 것만 같다.

 

박부장에게도 김과장은 고마운 직원이다. 신입시절부터 또랑또랑 야무지더니 남자동기들에게 밀리지 않고 여기까지 잘 따라와 주었다. 일도 일이지만 성격도 좋아 후배들도 잘 챙기고 상사인 자신에게도 싹싹하고 빠릿빠릿 맞춰주어 어지간한 남자직원들 두 명 몫은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둘이 호흡을 맞춰 오랫동안 함께 일하다보니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가까운 사이다. 박부장의 와이프와는 대학 동창이기까지 해 서로 알고 지낼 정도다.

 

일이면 일, 생활이면 생활, 끌어주고 밀어주며 챙겨주는 조력자란 얼마나 달콤하고 환상적인가? 본디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유전자구조를 가진 존재로 상호보완을 통해 완전체를 이루게 된다. 대체로 세세한 과정과 디테일을 놓치기 쉬운 남성과, 입체적인 사고와 시선으로 일의 앞뒤를 꿰맞출 줄 아는 여성이 서로 뜻과 일을 함께 한다면 직장생활은 그야말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다. 일단 남자와 여자가 일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 차이에서 오는 갑갑함, 짜증, 편견, 무시 등 수많은 감정의 갈래와 갈피 속에서 대개는 ‘소 닭 보듯’ 하거나 견원지간처럼 아웅다웅 다투는 일이 다반사다.

 

“남자들은 꼼꼼하고 세심하지 못해요. 그런 일을 맡기면 다른 사람이 처음부터 다시 고쳐야 해서 오히려 일이 배로 늘어요.” -38세 女· PR대행사 과장

 

“접대나 대외업무는 남자들이 잘하는 것 같기는 해요. 인맥을 만들고 활용하는 것도 여자보다는 뛰어나고요. 하지만 경제관념이 너무 없죠. 본인들은 업무상 당연한 투자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그냥 회사 경비를 개념 없이 쓰는 것 같아요.”-34세 女·대기업 마케팅부서 대리

 

“남자, 여자가 섞여 있는 게 좋죠. 멘탈적으로요. 여자들만 있으면 지엽적인 것에만 매달리는 듯한 분위기라 뭔가 착착 돌아가는 느낌이 덜하고, 남자들만 있으면 이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안 되고 있는 건지 잘 모르죠.-46세 女·금융사 CS부문장

 

이런 환경 속에서 ‘척하면 착’하는 궁합이 맞는 업무 파트너를 만난다는 것은 성(性)을 불문한 짜릿한 바람이다. 그리고 이성(異性) 파트너일 때의 시너지는 분명 크다. 하지만 장점만 있을 수는 없다.

 

앞서 예를 들 김과장과 박부장의 관계가 그렇다. 누군가 “우리 회사에 오피스와이프?” 라고 묻는다면 누구나 박부장과 김과장을 꼽겠지만, 농담일 수는 있어도 칭찬은 아닌 것이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부러운걸’ 할지 몰라도 여자들은 불쾌하고 당황스러울 수 있다.

 

남녀가 붙어다니면 당연히 따라오는 ‘구설수’

 

둘이 붙어 다니며 일을 잘하면 누군가의 시기 질투, 모함의 표적이 되기 쉽고, 일을 못하면서 둘이 붙어 다니면 더 의심 받는다.

 

너무 고리타분한 지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남자들에게 ‘오피스와이프’라는 단어가 ‘어쩐지 뿌듯한’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의 근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당신이 ‘여자’기 때문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는 남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거짓말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물론 당신은 서로의 관계가 쿨하고 이성적이라고 믿고 있겠지만, 남들도 그렇게 보고 있을 것이라 믿고 싶겠지만, 진위여부를 떠나 ‘다른 사람의 이목’이라는 것은 당신이 믿고 싶은, 다른 사람이 믿어줬으면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직장 내 구설수는 무조건 마이너스다. 게다가 어느 한쪽 기혼자라면 200%다. 그리고 한국사회는 이런 점에서 아직도 여자가 더 불리하다. 승진대상에서는 당연히 누락이고 사내 참새방앗간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다른 파트너를 만났을 때 면역기능 저하

 

남자든 여자든 아예 다른 파트너나 동료와의 업무진행 자체가 서툴고 어색해질 수 있다.

 

‘이건 00씨가 있어야 되는데’ ‘00씨라면 이럴 때 그냥 알아서 잘 해줬는데’라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든가, 일단 미뤄두고 그가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평생 한 사람하고만 일할 수는 없는 법이다. 더 잘 맞는 파트너, 좀 안 맞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지금 한 사람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해서 모든 일을 그와 해결하려고만 하는 것은 스스로 가능성을 축소시키는 어리석은 습관이다.

 

또 그런 과정에서 무기력한 당신의 모습은 무능력으로 평가된다. 잘 맞는 건 잘 맞는 거고, 일은 일이다. 지나치게 일적으로 의존하고 나누려 들지 마라.

 

상호보완인가? 일방적인 지원인가?

 

남자들에게 물어보면 “아무래도 여자니까 프레젠테이션 할 때 넥타이 색깔이라 중요한 자리의 옷차림 같은 것도 조언해주고 하는데 귀기울여 듣게 되죠” “야근할 때 맛있는 초밥이나 간식을 챙겨주면 얼마나 고마운지 알아요?” “여자들이 훨씬 꼼꼼하죠. 중요한 보고서 같은 것은 나중에 최종 점검을 맡기면 틀린 글자 같은 걸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 이런 식의 얘기들을 주로 하는데, 내용은 대체로 ‘자잘한 시중을 잘 들어준다’ 라는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자들은 대체로 여자들보다 ‘의전’에 강하고 태도가 자연스럽다. 반면 여자들의 장점은 자칫하면 ‘의전’보다는 ‘시중’으로 전락하기 쉽다.

 

남자가 상사일 경우는 여직원의 아이디어나 기획을 자신의 성과로 돌리기도 한다. 여직원의 훌륭한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고 노련한 관록으로 방향을 가이드해 성과를 올리게 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의도하는 것은 아니고 조직의 시스템이 그렇기 때문이겠지만.

 

여성성보다는 능력발휘를 선택하라

 

호흡이 맞는 파트너나 상사를 만났다면, 단지 ‘일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어서’에 매몰되지 말고 업무적으로 시너지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기폭제나 촉매로 삼으려 노력하라. 나를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상대라면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방식을 의논하고 구체적인 의견과 성과로 이어지도록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나를 믿고 내 편을 들어주는 상대라면 내가 원하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함께 노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관계라면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손수건을 챙겨주든 립글로스를 챙겨주든 무슨 문제랴?

 

주변 관계, 형평과 균형을 맞춰라

 

“박부장은 좋겠어. 김과장 같은 오피스와이프가 있어서.”라는 말을 누군가 한다. 당연히 칭찬이 아니다. 치졸한 남녀간의 스캔들로 몰아가는 게 아니라도, 질투, 질시, 비아냥, 은근한 뒷담화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유독 둘이 ‘붙어다니는’ 인상을 주고 둘이서만 쿵짝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다.

 

직장은 편하고 재미있는 것만 선택할 수 없는 곳이다.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내가 편한 상대와 지나치게 밀착하는 것은 옳은 모습이 아니다. 유아적이고 배타적으로 보인다. 또 리더십과도 거리가 멀어보인다. 올해 말까지 다니고 그만 둘 것이 아니라면 고쳐야 한다.

 

적당한 시점에서 하산해야 한다

 

박부장이 김과장의 능력을 높이 산다면 팀을 확장하고 분리할 때 김과장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김과장 역시 자신을 믿고 인정하는 박부장을 넘어 다른 임원들에게도 신임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지금은 사이가 좋더라도 업무를 통한 관계에서 언제나 해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 상사의 시선이란 오묘한 것이어서 그토록 예쁜 아랫사람이 어느 날은 못마땅하고 어느 날은 대견하고 왔다갔다 하는 법이다. 부부도 몇 년 주기로 권태기가 찾아온다. 이 때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이혼도 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기도 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하산하고 독립할 수 있어야 좋은 관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본 글은 매일경제 Citylife 제320호(12.03.2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