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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남의일상/나의이야기

이동국 축구인생<2>

행복남1 2012. 3. 2. 18:12

 

이동국 축구인생<2> 

 

 

             "충분히 시간을 주고 믿어주면 '“끝내주겠다“

 

최강희 감독의 변함없는 '나믿이믿'(나는 믿을 거야. 이동국 믿을 거야)이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해냈다. '라이언킹' 이동국(전북)은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전주성에 이어 상암벌에서도 힘차게 포효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최종전에서 후반 20분 이동국의 결승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최종예선에 진출하며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게 됐다.

 

 

 

 

65분간 탈락의 공포가 엄습했던 경기를 끝낸 것은 이동국의 왼발이었다. 경기 내내 답답한 모습을 보이던 이동국은 후반 20분 이근호(울산)와 2대1 패스를 통해 찾아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이동국의 골은 쿠웨이트의 승리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고 쿠웨이트는 남은 시간 급속도로 무너졌다.

 

 

물론 이날 이동국의 활약은 다소 아쉬웠다. 우려대로 박주영(아스널)과 호흡은 어긋났고 긴장해서인지 트래핑 실수까지 나와 공격 전개가 끊기기도 했다. 몇 번의 기회에서도 타이밍이 늦어 슈팅이 무산되는 등 답답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애제자' 이동국을 잘 아는 최강희 감독은 그를 끝까지 믿었다. 김신욱(울산) 카드를 매만지면서 교체할 선수로 택한 것은 이동국이 아닌 한상운(성남)이었다. 자신을 향한 최 감독의 믿음을 안 이동국은 머지않아 골로 보답했다. 이동국은 전임 대표팀 시절 울분을 토해내듯 포효했고 그의 왼발에 경기장은 환호로 가득 찼다.

 

 

'나를 믿어주고 선수를 이해해주는 지도자 밑에 있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던 이동국의 예전 말이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하는 현실이 된 셈이다.

 

지난해 10월, 이동국의 저 말은 당시 불운했던 태극마크와 작별을 고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가득한 그의 마지막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4개월이 흐른 지금 저 인터뷰는 다르게 다가온다. 한없이 믿음을 주는 대표팀 수장에 감사하는 간판 공격수의 진심이 담긴 말로 변했다.

 

 

충분히 시간을 주고 믿어주면 '끝내주는' 이동국의 발이 있어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최강희호의 앞날은 밝은 것이다.

 

이동국의 골은 8년 전인 2004년 11월에 열린 몰디브와의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최종전과 오버랩됐다. 당시 한국이 몰디브에 비기거나 지고, 레바논이 베트남을 이기면 최종예선행은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쿠웨이트에 질 경우 최종예선 진출이 좌절되는 지금 상황과 똑같았다. 그해 3월 치욕의 무승부를 기록한 몰디브를 상대로 이동국은 후반 21분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후반 34분에는 쐐기골을 터뜨리며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후반 19분, 오른쪽을 파고든 이근호가 한가운데로 올린 크로스를 김신욱이 슈팅을 시도했으나 빗맞고 뒤로 흘렀다. 빈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이동국이 통쾌한 왼발로 굳게 닫혔던 쿠웨이트 골망을 뒤흔들었다. 이동국은 두 팔을 벌리며 벤치쪽을 향해 뛰었고, 4만6551명이 들어찬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떠나갈 듯 함성으로 뒤덮였다.

최강희 감독은 전반에 이어 후반 초반까지 쿠웨이트의 날카로운 공격에 시종일관 밀리는 경기를 펼치자 공격진의 변화를 감행했고 후반 19분 한상운 대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고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김신욱은 후반 21분이근호가 왼쪽 쿠웨이트 페널티 박스를 돌파해 골 에어리어를 가르는 패스를 찔러주자 슛팅을 연결하기 위해 슛모션을 취했으나 헛발질하며 그자리에서 자빠져 버리는 김신욱의 다소 불운이 따른 활약이 아니었다면 이동국의 골도 없었을 뻔 했다.

 

 

결국 김신욱을 향하던 볼은 이동국에게 연결 됐다. 이동국은 이 볼을 그대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쿠웨이트 골문을 갈랐다. 이날 승부를 가르는 골이자 밀리던 경기를 단숨에 뒤집는 골이었다.

 

“후반 20분 이후에 찬스가 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골도 넣고 이겨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 세계인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월드컵 최종예선은 오는 6월 시작된다.

 

축구팬들은 대표팀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이동국의 2년 뒤 모습을 그리며 주위의 관심과 기대는 한 발 앞서나간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듯이 나역시 같은생각이다.

"이동국은 분명히 문전에서의 골 감각이 탁월한 장점이 있지만 약점도 있다"

"이동국이 뛸 경우 주위에 활동량이 많은 선수가 필요해 전술적 변화가 불가피한 면이 있으며, 경기 템포가 빨라지는 월드컵 본선에서 활용하려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브라질월드컵이 열리는 2014년에는 이동국이 만 35세가 된다는 점에서 체력적 부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동국은 묵묵히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할 뿐이다. 그는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브라질을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지금은 K리그 개막전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며" 눈앞에 주어진 과제부터 차근차근 풀어내 "앞에 있는 것만 잘하면 마지막에 그 무대에 서 있을 수 있다"며"지금 앞에 놓인 경기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동국, 이근호는 나란히 월드컵에 대한 아픔이 있는 공격수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3번의 도전 끝에 월드컵 본선 출전을 이뤘지만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결국 한을 완전히 풀지 못했던 이동국, 최종예선에서 맹활약하고도 잇따른 컨디션 난조로 남아공월드컵 본선 직전 낙마했던 이근호였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월드컵을 향해 이들은 다시 축구화 끈을 고쳐 맸고, 큰 고비가 될 뻔 했던 3차예선 최종전에서 스스로 해결사 역할을 잘 해내면서 한국 축구를 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이 이제 본 실력을 보여줄 무대는 K리그입니다. 대표팀, K리그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주는 공격 콤비, 이동국, 이근호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동국은 주어진 길을 뚜벅뚜벅 걷다보면 브라질까지 그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 나의 바램이나 축구팬들의 바람도 다르지 않다. 아픔과 상처로 남아있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라이언킹이 마지막 포효를 하길 기원하고 있다.

 

<'돌아온 라이온킹의 소림축구'라는 이름의 포스터는 영화 '소림축구'를 패러디 한 것>

 

 

<경기후 이동국의 인터뷰> 

 

2월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에서 결승골을 뽑았다. 한국의 2-0 승. 자신의 88번째 A매치이자 통산 28골을 기록한 이동국과 경기가 끝난 늦은 밤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믿음이 날 살렸다

 

1일 오전 1시10분경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카오톡으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20분 뒤 도착한 답신을 보고 곧장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했다. 평소 차분하던 목소리도 톤이 많이 높아져 있었다. 우선 “이건 그냥 휴대폰 통화가 아니라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전제를 깔았다. 잠시 웃던 그는 “좋다. 기왕이면 예쁜 기사를 부탁한다. 또 하나, 이 말은 반드시 넣어 달라”고 했다. “뭐냐”고 묻자 “믿음이었고, 신뢰였다. 그게 날 살렸다”는 답이 나왔다.

 

그가 지목한 믿음과 신뢰의 주인공은 대표팀 최강희 감독이다. 이동국은 최 감독과 함께 전북에서 아름다운 스토리를 썼다.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서 쫓겨나다시피 돌아온 그는 K리그 복귀 후 처음 안착한 성남 일화에서도 6개월 만에 짐을 쌌다. 성공은 어려웠지만 실패는 한 순간이었다. 방황하던 그를 감싸준 이가 바로 최 감독이다. 최 감독은 직접 이동국을 만났고, “난 네가 꼭 필요하다”는 말로 설득했다. 뿌리칠 수 없었다. 이렇게 사제지간이 된 둘은 2009시즌과 작년 K리그 정상에 올랐고, 올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경험했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동국은 박지성(맨유)을 예로 들었다. “(박)지성이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믿음을 먹고 최고의 스타가 됐다. 그게 부러웠다. 나도 지속적인 믿음을 주는 멘토가 필요했다. 한데, 이젠 내게도 그런 은사가 있다. 최강희 감독님이다.”

 

○내려놓음의 미덕

 

대표팀에서 어떤 각오였냐고 물었다. 금세 나온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뛰었다.”

 

내려놓음. 이동국의 마음이었다. ‘내가 꼭 해결한다’는 욕심도 없었고, 중압감도 없었다.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 가입이나 명예회복 등이 거론될 때도 그냥 내내 편안했단다. 부담을 떨치니 좋은 결과가 따랐다. 쿠웨이트전 골은 중동국가를 상대로 한 10번째 득점이었다. “기회가 오면 오는 거고, 기다려야 하면 기다리면 된다. 지금 내 상태가 딱 그렇다.”

 

이참에 우문을 슬며시 던져봤다. “브라질월드컵에도 욕심이 없는 것 아니냐”고. 그러자 우회적인 답이 돌아왔다.

 

“소속 팀이 브라질로 동계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정말 너무도 머나먼 여정이었다. 올해도 또 간다고 한다. 그래도 꼭 가볼 만 한 곳이다.”

 

이동국은 “은퇴하는 순간까지 태극마크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이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스스로도 브라질월드컵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을 통한 멋진 마무리, 그것이 그의 꿈이다.

 

1998프랑스월드컵, 2002한일월드컵, 2006독일월드컵, 2010남아공월드컵은 기쁨보다 아픈 기억이 더 많다. 2014브라질월드컵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굳게 믿는 이동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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