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살다보면 그런 날도 있더라
이유도 모른 채
뒤통수를 한 대 후려 맞는 듯한 그런 날
살다보면 그런 날도 있더라
먹먹해지는 가슴 한 비짝에
그리움이라는 등불을 켜 들고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그런 날
살다보면 그런 날도 있더라
너무 가슴이 아픈데
악몽을 꾸듯 짧은 비명 한 마디도
내지를 수도 없는 그런 날
그렇게 그렇게 살다보니
살다보니 그런 날도 있더라
원망이라는 잡초를 뽑아놓고
미움이라는 싹을 잘라놓고
질시라는 돌멩이들을 골라내고
마음의 빈 밭을 들여다보니
거기! 태초에 내가 심어놓은 업장 하나가
가슴을 헤집어 내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그런 날
살다보니 그런 날도 있더라
지금 내가 심고 있는
이 행의 밀알 한 알이 너무도 소중해서
기도로 하루를 채우며
살아가야 함을 알게 되는 그런 날
살다보면 또 어떤 날이 올지
아무도 알 수 없으나
훗날 뒤돌아 걸어온 발자취를 바라볼 때
누군가에게 나직이 들려주어도
부끄럽지 않을
그런 시간을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하게 되는 날
살다 보니 그런 날도 있더라
아무런 조건도 욕심도 없이
살아 숨 쉬는 이 순간에
그저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그런 날
-강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