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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야기/농협에하고픈말

농협에 바란다.

행복남1 2012. 3. 8. 00:10

 

“농협 신경분리가 뭔데요, 들어본 거 같기는 한데..”

6일 농협 신경분리가 되고 5일이나 지났지만 정작 저를 비롯한 우리조합원과 농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 농사를 짓고 조합원인 우리에게 “(농협이) 와서 말해주기라도 했나.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고 말하고 싶다.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분리를 하면서 농민들에게 안내문조차 보내지 않았고, 공청회를 실시했지만 장소는 모두 서울 여의도 국회였고, 우리 농촌서는 설명회 한번 없었다.

신경분리 절차 역시 국회 통과와 농협중앙회 대의원 조합장들의 통과로 결정된 것이다. 게다가 신경분리 후에도 농민들이 직접 접촉하는 지역농협은 변화 없이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의 구조를 바꾸는 것일 뿐 지역조합을 개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인 조합장이 금융과 경제 부문을 모두 맡는 불합리한 구조가 지속되는 것은 현재 지역농협은 조합장 선거 비리, 경영부실, 경영기반 취약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지난 1월에는 과천농협에서 금리를 조작하는 사건까지 일어나지 않았는가? “지역조합이 협동조합 자체의 역할을 못하고 있고 이익창출에만 매달려 있다”고 지적하는 이 같은 '문제 조합'들의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지역조합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정 농협법에 따라 농협이 ‘1 중앙회·2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어 신용사업을 맡는 금융지주회사와 농산물 판매를 담당하는 경제지주회사로 갈라졌다. 제가 볼 적엔 “중앙회가 변해도 지역농협은 변하게 없다. 오히려 업무가 갈라지고 사업이 겹치는 등 별로 좋아보이진 않는다.” 앞으로 이 시행된 신경분리를 어떻게 운용하고 시행하느냐에 농협의 운명이 걸려있는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제기된 ‘신(信)·경(經) 분리’가 18년 만에 빛을 보게 됐는데, ‘돈 장사’가 본업처럼 된 농협의 기형적 사업구조를 뜯어고치고, 협동조합이라는 본래의 목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한 조치로 농협은 출범 51년 만에 최대의 도전과 모험을 맞게 된 것이다.

 

그동안 농협은 농민조합원이 아니라 “그들만의 천국”이라고 손가락질 받아 왔다. 손쉬운 신용사업에서 이익을 챙기고, 그 이익을 농협 임직원들이 잔치를 벌이는 데 썼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본연의 임무인 농산물 유통은 외면받기 일쑤였고, 그 결과 농협이 농민들 위에 군림하고, 주인과 머슴 관계는 뒤집혀버렸다. 농민과 거리가 멀어진 농협은 인사 전횡과 비리의 온상이 됐고,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편한 직장’으로 변질 된지 오래인 농협이 이번 신·경 분리는 농협 개혁의 첫걸음으로 저 같은 농민조합원들은 기대를 가져본다. 앞으로 금융지주·경제지주는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동안 농협의 금융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던 게 사실인 것이다. 시중은행에 비해 1인당 생산성이 떨어지고 첨단 금융기법이나 국제금융에도 뒤처져 있었다. 이제 농협은행은 어떻게 수익성과 자생력을 확보하느냐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당연히 경영은 뛰어난 금융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고, 주인 없는 은행이라고 정치권과 가까운 인사들의 주먹구구식 경영이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경제지주회사 앞에 놓인 길도 만만치 않다. 이미 농산물 유통시장에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민간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해 있다. 농협은 이들에 비해 생산자인 농민들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게 강점이 있다. 경제지주는 이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해 홀로서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현재 농협은 조합 출하 물량의 10%만 유통시키고 있다. 이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고, 농산물 유통혁명(流通革命)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조합원들은 제값을 받고 팔고, 소비자들은 농협을 통해 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싼값에 살 수 있다. 새 농협의 살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농협에 대한 우리 조합원의 불신은 농협이 오랜 세월 손쉬운 신용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 농협 임직원의 배를 불리는데 골몰하고, 농산물 유통 등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은 구색 갖추기처럼 홀대함으로써 스스로 농민과 멀어진 데서 비롯됐다. 농협은 농산물 수급조절을 이끌어 가격안정과 농민 소득안정에 앞장서기보다 중앙회를 비롯한 농협 임직원의 복지를 도모하는 ‘그들만의 농협’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중앙회장의 제왕적 위치에서 보듯 농민과 일선 조합 위에 군림하는 중앙회 중심의 거대권력으로 변질돼 주인과 머슴이 철저히 뒤바뀐 격이다.

 

농협의 새 출발이 이런 구조적 불신을 해소하고 ‘농민의 농협’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나는 매우 회의적이다. 우선 경제사업 활성화의 의지가 흐릿하다. 경제지주가 자본·경영·인사권 등이 명실상부하게 독립된 판매중심 지주회사라기보다는 중앙회 산하의 자회사에 불과한 형태가 돼있고, 중앙회의 유통사업도 평가를 거쳐 3년 뒤에야 경제지주로 이관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에 경제사업이 독자적인 자본금을 갖게 된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이 이번 개편을 경제사업 활성화보다 금융그룹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비판하는 이유이다. 지배구조의 문제도 여전하다. 농민 조합원과 일선 조합이 주인이 돼 감시·통제하는 구조가 아니라 중앙회가 지주회사를 좌지우지하는 체제다. 농협개혁을 통해 중앙회가 비사업적 연합체로 대폭 축소되기를 기대했던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의 바람은 사라지고 중앙회의 기득권이 그대로 승계된 것이나 다름없다. 농협이 협동조합 본연의 농민조직으로 돌아가려면 중앙회 중심의 권위적이고 기형적인 구조부터 깨야 한다는 외침을 외면한 결과인 것이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고위 임원과 지역 단위 농협의 비리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인지 농협 임직원을 위한 조직인지 헷갈리게 하는 모습이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정신으로 대기업 산하 유통업체와 글로벌화 된 시중 금융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울 것이다. 농협이 느린 공룡에 비유된다는 시중의 지적을 임·직원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기회를 놓치지 말고 조직 안의 이완된 마음을 가다듬고 농협이 가진 고유의 경쟁력을 살리는 길만이 농민의 사랑을 받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어느 때보다 농협의 역할이 무거워졌다. 농협은 우리 농산물을 지키는 선봉장(先鋒將)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과거의 관료적 시스템과 방만한 운영으로부터 결별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신·경 분리다. 양쪽의 칸막이를 확실하게 쳐야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농협이 체질을 개선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상적으로 연결한다면 수입 농산물과 맞서는 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농협이 바로 서야 농업이 바로 선다. 이제 농협은 농민만 바라보고 가야 한다. 새 농협이 조합원을 위해 헌신하고,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조직으로 거듭나 한국 농업의 새 지평을 열기를 기대한다.

 

지금의 농협은 1961년 농업은행과 농업인 자조 조직인 농업협동조합이 합쳐져 탄생했다. 하지만 이후 경제사업은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보인 반면 신용사업은 엄청난 수익을 내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농민들로부터 `농협이 농민을 지원하기보다 돈놀이에 열중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신경분리가 힘을 얻게 된 것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 때문일 것이다. 두 사업을 분리시켜 농협의 본업인 경제사업을 활성화시키고, 매년 수천억원을 경제사업 지원에 내놓는 신용사업도 정상화하자는 것이 근본 취지다. 정부는 지난 94년부터 신경분리를 정책으로 추진했으나 자본확충 재원문제, 정치권의 이견, 농협중앙회 노조의 반발 등으로 무려 18년만에 이뤄진 신경분리를 계기로 농협이 농업인을 위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제 농협금융지주는 자산 규모가 240조원에 달해 국내 5번째로 큰 금융지주회사가 됐다. 이번 개편으로 신설되는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과 함께 기존 금융관련 자회사 7곳을 거느리게 된 것이다.

 

농협경제지주도 기존 경제 관련 자회사 13개를 편입하고 중앙회가 맡은 판매.유통 등 경제사업을 오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맡는다고 한다.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6조원을 투입하는 한편 직영하나로마트를 크게 늘리고 영세한 지역농협하나로마트 2천70개를 대형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금융지주나 경제지주 모두 자칫하면 방만 경영에 빠질 위험도 따르는 것이다.

 

“거대공룡”으로 비유돼온 농협이 빠른 시간 내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효율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고,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한 내부 개혁에 속도를 내 과다 인력과 고임금에 따른 생산성 문제도 풀어야 할 것이다.

신경분리의 목적은 농협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을 확대해 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신경분리는 개혁의 시작일 뿐이다.

 

특히 금융지주는 다른 곳과 달리 순수 국내자본으로만 설립된 토종회사이기 때문에 배당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염려가 전혀 없다. 잘만 경영한다면 모든 수익이 농민들과 국가, 지역사회에 쓰여 질 수 있고, 근대화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로서는 농업이 민족공동체의 원초적 정서에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 귀농인구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농업경영의 대혁신이 요구되는 때이기도 이때, 모든 임직원들이 이 같은 점을 가슴에 깊이 새겨 과거의 관료적 시스템과 방만한 운영으로부터 결별하고 농업인을 위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 농협은 농민만 바라보고 가면서 조합원을 위해 헌신하고, 조합원은 직원을 신뢰하여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조직으로 국민과 조합원의 농협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