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틈이 있어야 합니다.
작은 사찰에 들어간 적이 있다.
마당 한가운데에 석탑 하나가 기품을 뽐내며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탑 주변을 빙빙 돌며, 돌에 새겨진 상처와 흔적을 살폈다.
얼핏 봐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석탑이었다.
세월과 비바람을 견딘 흔적이 역력했다.
"얼마나 됐을 것 같나?"
주지 스님인 듯했다.
"이곳에 있는 석물은 수백 년 이상 된 것들이 대부분이야.
이런 탑을 만들 땐 틈을 줘야해."
"네? 틈이라고 하셨나요?"
"그래. 탑이 너무 빽빽하거나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아.
어디 탑만 그렇겠나.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한 법이지."
돌이켜보니 지나치게 완벽을 기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게 만든 대상이 셀 수 없이 많았던 것 같다.
틈은 중요하다.
어쩌면 채우고 메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
-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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