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눈이 오는 한겨울에 야근을 하고 돌아오는 당신의 퇴근 무렵에 따뜻한 붕어빵 한 봉지 사들고 당신이 내리는 지하철역에 서 있겠습니다.
당신이 돌아와 육체와 영혼이 쉴 수 있도록 향내 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습니다.
때로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로 때로는 만개한 소국의 향기로 때로는 진한 향수의 향기로 당신이 늦게까지 불 켜놓고 당신의 방에서 책을 볼 때 나는 살며시 사랑을 담아 레몬 넣은 홍차를 준비하겠습니다.
당신의 가장 가까운 벗으로서 있어도 없는 듯 없으면 서운한 맘 편히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늘 사랑해서 미칠 것 같은 아내가 아니라 아주 필요한 사람으로 없어서는 안되는 그런 공기 같은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행여 내가 세상에 당신을 남겨두고 멀리 떠나는 일이 있어도 가슴 한구석에 많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그런 현명한 아내가 되겠습니다.
지혜와 슬기로 당신의 앞길에 아주 밝은 한줄기의 등대 같은 불빛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호롱불처럼 아님 반딧불처럼 당신의 가는 길에 빛을 드리울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내가 흰서리 내린 인생의 마지막 길에서“당신은 내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었소 당신을 만나 작지만 행복했었소”라는 말을 듣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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