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남편이 되겠습니다.
눈부신 벚꽃 흩날리는 노곤한 봄날 저녁이 어스름 몰려올 때쯤 퇴근길에 안개꽃 한 무더기와 수줍게 핀 장미 한 송이를 준비하겠습니다.
날 기다려주는 우리들의 집이 웃음이 묻어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습니다.
때로는 소녀처럼 수줍게 입 가리고 웃는 당신의 호호 웃음으로 때로는 능청스레 바보처럼 웃는 나의 허허 웃음으로 때로는 세상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 사랑의 결실이 웃는 까르륵 웃음으로
피곤함에 지쳐서 당신이 걷지 못한 빨래가 그대 향한 그리움처럼 펄럭대는 오후 곤히 잠든 당신의 방문을 살며시 닫고 당신의 속옷과 양말을 정돈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때로 구멍난 당신의 양말을 보며 가슴 뻥 뚫린 듯한 당신의 사랑에 부끄런 눈물도 한 방울 흘리겠습니다.
능력과 재력으로 당신에게 군림하는 남자가 아니라 당신의 가장 든든한 쉼터 한그루 나무가 되겠습니다.
여름이면 그늘을 가을이면 과일을 겨울이면 당신 몸 녹여줄 장작이 되겠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봄 나는 당신에게 기꺼이 나의 그루터기를 내어 주겠습니다.
날이 하얗게 새도록 당신을 내 품에 묻고 하나둘 돋아난 시린 당신의 흰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당신의 머리를 내 팔에 누이고 꼬옥 안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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